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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상 more

결정유자기의 역사 및 작업과정


결정유자기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중국 명나라(1368-1644)때로 그 시대에 만들어진 요변 흑유는 결정유자기의 고전 중의 고전으로 예나 지금이나 많은 도공들이 재현해보고 싶어하는 전형적 명품이다. 반점(oil spot)이 있는 상태의 미세결정유자기는 당나라 때(618-907)에도 있었고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던 유탁유나 흑유의 어떤 것도 결정이 현탁된 일종의 결정유라는 사실은 결정유자기 역사의 유구함을 말해준다.

이러한 결정유자기의 제작이 오랫동안 침체상태에 빠졌던 것은 제작상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제작 여건상 절대적 필수물인 소성로, 온도측정기, 연료 결정촉진제 등의 비개량, 비발명 때문이었고, 드디어 19세기 중엽쯤에 이르러 이러한 것들의 개량, 발명이 이루어졌으며, 유럽의 몇몇 왕립 또는 국립도자기연구소에서의 집중적, 적극적 연구에 힘입어 아름다운 갖가지 색상의 거대한 결정상의 자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어떤 결정유자기는 그 재현이 불가능하고, 대부분의 결정유자기는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적 색채와 결정상을 가지고 있어 많은 도자기 애호가들의 수집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결정유자기의 제작과정은 일반 도자기와 별다를 바가 없다. 똑같은 재료를 쓰되그 재료들의 조합비가 결정상이 발생, 성장할 수 있도록 조정되어져야 한다.
시유-유약입히기-도 방법은 비슷하나 그 두께와 기물의 형태에 따라 약간의 연구가 필요하며, 소성도 특별함이 있는 것은 아니나, 결정상이 생성되고 발달하게끔 소성해야 한다. 물론 이 사소한 차이가 엄청나게 다른 효과로 나타나 아름답고 신비한 결정상과 색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솜씨란 것도 찬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솔로몬의 영화가 들에 핀 한 송이 꽃의 영화에 미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신의 솜씨인 자연물의 아름다움이란 인공의 아름다움이 따를 수 없으며, 결정유자기의 색이나 결정상은 자연 발생적이므로 인공미가 아닌 자연미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수십 점을 굽는다 해도 도예가의 마음에 듬직한 색깔과 결정상의 작품은 참으로 어쩌다 몇 점 얻어질 뿐이어서 그러한 작품이 얻어졌을 때의 기쁨과 행복감과 보람은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신은 흙과 불속에 보석을 숨겨두셨고, 그 보석을 찾아내는 작업이 본 도예가의 할 일이라 생각하고, 나는 그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하기에 오늘도 날을 새워 흙을 빚고 밤을 새워 불을 땐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고열의 불속에서 저절로 꽃이 피고 발색된다고 하니까, 도예가의 노력과 산고와도 같은 수고도 없이, 어찌하다보니 불속에서 우연히 건져낸 것쯤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결코 그렇지 아니하다. 어떠한 아름다운 결정상을 피워낼 것인가? 예쁘고 고운 색깔을 어떻게 피워낼 것인가에 대한, 장구한 시간에 걸친 연구와 실험과 인내와 실패의 연속 끝에, 비로서 한 점의 좋은 결정유자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공의 연구와 실험의 결과가 성공적이어서, 드디어 그릇을 빚고 초벌구이를 거쳐 시유를 하고 본벌구이를 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만족할만한 좋은 작품이 되어 나오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무슨 좋은 작품, 명품 운운할 수 있겠는가?
가마재임을 하고 가마의 문을 닫고 불을 지피면, 그 순간부터 흙으로 만든 그릇들은 도예가의 손을 떠나는 것이고, 그 그릇들이 한 점의 좋은 결정유자기로 탄생하려면 가마안에서의 여러 조건들-인공이나 인력이 범할 수 없는 분위기 등 자연적 조건-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어떠한 모양의 결정상, 어떠한 종류의 색채-나는 우리의 전통적인 오방색을 중심으로 연구와 실험을 하고 있다-는 도예가의 연구와 숱한 실험에 의하여 얻어지고 찾아진 것이요, 그 결정상이 그릇의 어느 부분에 어떠한 모양새로 피어나는가의 문제는 도예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다.
색채는 기본적으로 도예가가 찾아낸 것이지만, 그 색채도 저마다의 분위기가 모두 달라, 좋다! 명품이다! 할만한 색상의 결정유자기는 신의 선물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결정유자기를 전통적이 아니라고 하며 외면하는 이를 본 적이 있다.
이에 대하여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여기거니와 어떤이는 결정유자기의 제작기법이란 “일종의 테크닉”이라며 “예술”이 아니라 “기술”로 표현한 경우를 보았는데, 본래 도자기의 진정한 아름다움(평가의 기준)은 그 색에 있는 바, 청자니 백자니 동적유니 하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도자기 감상이나 평가의 7-80%는 그 색을 보고 우열 및 미추를 가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정유자기는 그 어떠한 도자기보다도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도자기 중에서 명품은 대부분이 요변에 의한 것이거니와 결정유자기의 결정상(문양)과 색도 정형적인 유약이나 흙이나 불에서보다 소성과정에서의 요변-도예가의 능력의 범위를 벗어난-에 의한 경우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훨씬 신비롭고 아름답다.
이렇게 말하면 명품이란 요행으로 얻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맞다. 그러기에 명품이란 꿈꾸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명언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행이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기를 반복하여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할 때에 비로서 얻어지는 선물인 것이다.

모름지기 예술성(혹은 작품성)이 뛰어난 도자기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실험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이며, 그 작품은 보는 이에게-아무런 선입견없이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인정할 줄 아는-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해야하는 바, 좋은 결정유자기 작품은 보는 이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을 줄 것이다.